이슬람 문화와 역사, 이슬람 전쟁, 종교 전쟁, 이슬람과 중앙아시아

중세 이슬람 세계와 유럽 기독교 세계 간의 문화 교류

럼앱 2022. 7. 31. 15:51

중세 이슬람 세계와 유럽 기독교 세계 간의 문화 교류

중세 이슬람 세계와 유럽 기독교 세계 간의 문화 교류
중세 이슬람 세계와 유럽 기독교 세계 간의 문화 교류

중세 이슬람 세계와 유럽 기독교 세계 간의 문화 교류가 14세기 무렵 유럽의 르네상스 발전과 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유럽인들은 중동과 이슬람 지역을 오리엔트 즉, 동방 세계라고 불러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슬람 세계를 서양과 대비되는 동양 문화권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슬람 세계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동양 문화권보다는 오히려 유럽과 역사, 종교, 문화, 학문, 상업적인 교류에서 훨씬 더 밀접하고 더 많은 공통성을 갖고 있습니다. 즉, 과거의 유럽인들이 중동과 이슬람 지역을 오리엔트라고 불렀지만 여기에서 그들이 지칭하는 오리엔트 즉, 동방이라는 것은 지중해의 동편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유럽인들이 역사적으로 지칭하는 오리엔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과는 그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죠. 오늘날 우리가 지중해를 보면 이슬람 문명은 지중해 동부와 남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고요, 유럽은 지중해의 서부와 북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슬람 문명과 유럽 기독교 문명, 이 두 문명은 지중해라는 지리적 역사적 공간을 공유한 지중해 문화권에 속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슬람 문명과 유럽 기독교, 이 두 문명은 지중해를 사이에 놓고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군사적인 충돌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또 적대적인 관계가 끝난 대부분의 기간에는 오히려 평화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문화, 학술, 상업적으로 활발한 교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유사한 점

실제로 문화적인 측면에서 지중해를 대표하는 유럽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은 매우 유사한 점을 많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문명 역사학자들은 유럽의 정신적인 뿌리가 뭐냐고 했을 때 크게 종교적인 측면과 철학적인 측면을 꼽고 있는데요, 먼저 종교적인 측면에서 유럽 기독교 문명은 기독교와 헤브라이즘 전통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철학적인 측면에서는 유럽 기독교 문명에서 그리스 철학 전통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근대 이전까지 지난 수천 년 동안 유럽인들은 기독교 헤브라이즘 전통과 그리스 철학, 이 두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정신문화 세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 결과 유럽 기독교 문명권에서는 플라톤 철학을 바탕으로 기독교 교리를 재해석한 교부 철학이 발전하기도 했고요, 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바탕으로 기독교 교리를 재해석한 스콜라 철학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유럽 기독교권의 대부분의 전통 미술, 건축, 음악들은 대부분 기독교 성서 이야기와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모티브로 두고 있습니다. 한편 이슬람 문명권을 보면 이슬람 문명권은 종교적으로 당연히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죠. 그런데 우리가 지난 시간에도 보았듯이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기독교, 유대교와 함께 아브라함의 종교라고 불리고 있듯이 종교적으로 이슬람의 전통은 기독교, 유대교의 전통과 많은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철학적으로 이슬람 문명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놀랍게도 중세 기간 이슬람 세계의 철학적인 전통은 그리스 철학을 재해석하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즉, 이슬람의 전통 철학적인 사상도 그리스 철학의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 시간에 언급한 바와 같이 7세기 중반 압바스조의 등장 이후 8세기부터 무슬림 학자들은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하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아랍어로 번역을 했고요,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이슬람 철학, 신학 사상을 발전시켰고 또 그리스 이성 학문을 토대로 쿠란을 재해석하는 그러한 전통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처럼 지중해라는 공간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유럽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은 종교적으로 나 철학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문명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학문과 지식, 과학, 문화 등을 계속 주고받았고요. 특히, 이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슬람 문명은 기독교 문명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 비교

여기에서 우리는 중세 시기 이슬람 세계와 유럽 기독교 문명을 좀 비교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중세는 서양 역사에서 일반적으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476년부터 르네상스 운동이 절정에 달한 15세기까지 시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세라는 낱말은 유럽의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7세기 이후 새롭게 등장한 이슬람 문명은 유럽으로부터 그리스 철학, 과학, 의학서들을 수입하여 아랍어로 번역하면서 문화 사업을 진행했고요, 또 상업적으로도 크게 번성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슬람 세계에서 중세란 낱말의 의미는 황금기 또는 번영의 시대를 의미합니다. 이와 반대로 유럽에서 중세라는 낱말은 보통 암흑의 시대로 요약이 됩니다. 이 기간 동안 유럽에서는 교회의 권력에 눌려 자유로운 이성의 사용이 억제되었고요, 그 결과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과학과 철학 전통이 중세 기간 동안에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리고 14세기부터 유럽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고전을 다시 연구하고자 하는 문화 운동이 일어나는데요, 그것을 우리가 보통 르네상스(Renaissance)라고 부릅니다. Renaissance라는 말을 분석해보면 'Re'라는 것은 '다시'라는 얘기고요, 'naissance'라는 것은 '탄생'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재탄생이라는 의미인데 그것은 무엇을 재탄생시키느냐 하면 중세 시기 때 유럽에서 단절되었던 그리스와 로마의 학문적인 전통/문화적인 전통을 다시 탄생시킨다, 부활시킨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그리스와 로마의 학문과 문화적 전통을 부활시키기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중세 암흑기 약 1,000여 년 동안 유럽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학문적인 전통이 단절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기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주요 학술 서적들 상당수가 사라졌고요, 또 그것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올바로 이해하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지식인도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유럽인들이 단절되었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 학문의 전통을 다시 재탄생시키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이슬람 세계였습니다. 조금 전에 얘기했다시피 중세 기간은 이슬람 세계에서는 문화적 황금기였습니다. 중세 기간, 무슬림 지식인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아랍어로 번역하고 또 그것에 상세한 주석을 달고 또 자신들의 고유한 해석과 경험, 실험들을 차곡차곡 지식으로 쌓아서 서적으로 출간을 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유럽인들은 지중해 건너편 이슬람 세계를 주목한 것입니다.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던 시기가 약 14세기인데요, 그보다 약 100~200년 전인 11~13세기 무렵에 유럽인들은 이슬람 세계에 주목하여 아랍어로 쓰인 철학, 과학, 의학 서적을 이제는 반대로 아랍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아랍인들은 그리스어로부터 아랍어로 번역하면서 지식을 쌓았지만 이제는 반대로 유럽인들이 아랍어로부터 라틴어로 번역하는 역 번역 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아랍어로부터 라틴어로 번역되는 이 번역 운동은 11~13세기까지 진행되었는데 최고의 절정을 이룬 시기는 12세기였습니다. 그리고 아랍어-라틴어 번역 운동의 중심지가 된 지역은 크게 스페인 남부 지역인 안달루스 지역과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지역이었습니다. 이 두 지역은 중세 동안 유럽과 이슬람 문명이 만나는 경계선으로서 기독교도, 무슬림, 유대인들이 어울려 살았던 공간이었고요, 그 덕분에 이슬람과 유럽 기독교 문명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운동 원인 중 하나

물론 유럽에서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이슬람 세계가 철학, 과학, 의학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가 아랍어에서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이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무슬림 역사학자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구 역사학자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서구 세계를 대표하는 철학사 서적을 저술한 코플스톤은 자신의 저서 <중세 철학사>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세 기독교 세계의 사상이라는 의미에서 중세 사상을 다루는 책에서 아랍 철학에 하나의 장을 할애하는 것은 중세 철학을 처음 대하는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뜻밖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극적으로나 소극적으로 기독교 세계의 사상에 미친 이슬람 철학의 영향은 이제 역사가들 가운데서는 하나의 상식이 되어서, 이 점에 대해서 다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코플스톤은 얘기하고 있는데요, 코플스톤은 여기에서 바로 중세 기간에 단절되었던 고대 그리스 로마의 학문적인 전통이 갑자기 14세기 르네상스시기에 재탄생, 부활할 수 있었던 그 매개 고리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이슬람의 역할을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